당신들이 이 높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| 운영자 | 2022-09-25 | |||
|
|||||
당신들이 이 높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가을 풀벌레처럼 밤에도 쉬지 않고 울어야 한다. 편히 잠든 사람의 코고는 소리나 잔칫날에 부르는 그런 노래여서는 안된다.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리를 내려면 머저 제몸을 풀 섶에 가릴줄 알아야 한다. 그리고 별이 사라진 하늘에서도 그 빛의 흔적을 볼 줄 알고 단풍든 이파리에서도 연둣빛 바람소리를 느낄 줄 아는 감성의 더듬이가 있어야 한다. 당신들이 이 정상에 이르기 위해서는 바람 가득 채운 고무공처럼 탄력이 있어야 한다. 부서지거나 금세 짜부라지는 궤짝이어서는 안된다. 억누를지라도 다시 제 살결로 부풀어 오를 줄 아는 자생의 힘을 지녀야 한다. 당신들이 이 높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예언자의 수정구 같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. 단순한 거울이여서는 안된다. 숲이거나 사람의 얼굴을 그저 비추는 영상으로는 부족하다. 당신들이 이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당신의 언어의 혈액형이 그냥 B형이거나 A형이어서는 안된다 누구에게나 피를 수혈할 수 있는 그런 혈액형으로 모든 빈혈환자에게 피를 나눠주는 사람이여야 하고 만년설에 덮힌 외로운 정상에 당신의 발자국을 남기기 위해선 표범과 같은 의지가 있어야 한다. 하산의 유혹과 잠을 뿌리치고 오직 한 치라도 높은 바위가 있으면 뛰어 올라가 얼어 죽을지라도 당신들이 선택한 정상 위의 구름을 꿈꾸어야 한다. < 이어령 산문에서 > |
댓글 0